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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2012-01-30 평화로운 Watsons Bay&Gap Park, 시드니 사람들은 좋겠다.

1월 30일 월요일 한나절(나절=하루 낮의 반, 대략 5~6시간) 여행코스: ㅎㅎ 한나절을 하루 낮 전체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는 분들도 계시길래, 혹시 몰라서요~

 

 

 

 


큰 지도에서 30 JAN 2012 보기

 

1월 30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전날 밤잠을 설치긴 했지만, 마냥 늦잠을 잘 수는 없는 일. 8시에 겨우 일어났다.

학회 일정이 오늘 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남편은 먼저 나가고...

 

 

 

혼자 맞이하는 아침도 나쁘지 않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시드니 아침 풍경. 경치 자체는 소박하지만,

사랑스런 하늘빛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

 

이런 저런 정리를 하고, 한국에서 사온 짜장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10시 경 호텔 방을 나섰다.

 

계획 따위 없다. ㅠㅠ

일단은 교통카드를 사서 전철(기차) 타고 서큘러키에 간 후 아무 페리나 탈 생각으로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Museum역에 갔다.

 

이 역은 Travelodge 호텔에서도 가깝고, 하이드 파크에는 딱 붙어 있다.

 

날씨가 정말 정말 화창해서 햇빛이 부서지던 날이었다. 그 때 탄 발이 이제 좀 하얘지나 했더니

어느새 한국이 여름이군. ㅠㅠ

 

 

시드니 교통패스-My Multi

 

뮤지엄 역에서 교통카드를 샀다.

시드니는 버스/전철(기차)/페리 시스템이 연계되어 있는지 My Multi라는 교통카드를 사면

세 가지 모두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일권도 있고 1주일권도 있음.

 

신혼여행 왔을 때는 당시 21불 정도 했던(지금은 조금 더 비싸진 듯) Day Pass를 두 번 사서 이틀 동안 돌아다녔는데

(첫 날은 시내 곳곳 버스와 전철로 관광+페리 타고 돌아다니고, 둘째날은 블루마운틴 다녀오는 데 씀.)

이번에는 1주일 넘게 시드니에만 있기 때문에 1주일권 구입.

 

 

My Multi Weekly는 전철 이용구간에 따라 1,2,3으로 나뉘는데, 

기차 타고 멀리까지 자주 다닐 계획이었던 나는 My Multi3 Weekly를 구입했다.

(결국 기차 타고 멀리까지 간 것은 한 번이었는데, 그냥 My Multi1(20불 가까이 저렴)을 구입하고, 멀리 갈 땐 편도 요금을 그때 그때 내는 게 나을 뻔 했다. 그렇지만 처음 계획은 창대했으므로.....)

 

버스/전철(기차)/페리 중 한 가지 교통 수단만 여러번을 탈 수 있는 교통카드도 있고, Pass의 종류가 다양하다.

자세하게 여행일정을 계획해서 가시는 분들이라면, 각자에게 유리한 교통패스를 미리 잘 찾아보시길.

http://www.cityrail.info/tickets/which/

 

참고로 내가 구입한 My Multi3 Weekly의 당시 가격은 1인당 60불. 한국 돈 7만원 정도로

비싸다면 비싼 금액이지만 하루 1만원 정도 들여 타지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어디에 무얼 타고 가야 돈 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없이

아무거나 타서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심심하면 또 갈아타고, 시간 없을 땐 가까운 거리도 걸을 필요 없이 버스 타고 가고,

이런걸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마음과 두 발이 편해지고 시간도 아낄 수 있다.

 

표 파는 곳은 굳이 기차역이 아니어도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던데, 나는 어차피 Museum 역에 왔으므로 여기서 샀다.

1월 30일 월요일 오전에 구입했기 때문에 2월 5일 주일까지 이 표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매표소 아줌마 말씀이 오후 네시인가 넘어서 사면 1주일권을 하루 더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전날인 1월 29일 주일 저녁에 걷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마이멀티를 구입했으면 똑같이 2월 5일 주일까지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몰랐네...아까비. 그치만 넘어가자. 지난 일이잖아~~ 훗.

 

 

 

뮤지엄 역에서 서큘러키까지는 전철타면 금방 간다. 1년 3개월만에 타보는 2층짜리 시드니 전철. 

지하터널 속을 달리면서 다들 창문을 열어놓으면 어쩌란 얘기일까....

그래도 좋다 좋아. 내 마음이 좋으니까 다 좋아.

 

 

서큘러키에 도착하니 역시 평일 낮이라 어제보단 조금 더 평화롭고 여유롭다. 이 곳에서 출발하는 수많은 페리 중 무엇을 탈까 고민하다가, 유명한 Gap Park가 있는 Watsons Bay로 가기로 했다.

신랑이랑 가기로 한 곳이지만, 뭐 어때 또 오면 되지. 시간 많으니까~~

 

10시 40분 경 페리를 탔는데, 20분 채 안되서 Watsons Bay에도착했다.

 

 

맨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곳은 배타고 가는 것이 버스보다 빠른 동네일 뿐, 육지와 떨어져 있는 섬은 아니다.

 

선착장에는 Doyles Fishermans Wharf Takeaway Cafe Bar라는 식당도 있고, 잔디밭도 보이고 바닷물은 맑고...

정말 쉬기 좋은 곳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지도를 확인한다. The Gap이라고 쓰여 있는 곳을 구경할 수 있는 Gap Park 가 선착장에서 멀지 않구나.

 

 

저 사람들처럼 공원을 가로질러 아주 약간 경사진 길을 한 5분만 올라가면 된다.

 

 

갭 파크 가는 길에 있는 이 공원은 Robertson 공원인데,

아빠와 함께 골프를 연습하는 아들도 보이고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들도 있고, 놀이터에선 아이들도 놀고 있는...그런 곳이었다. 

유명한 관광지의 복작대는 느낌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동네 공원의 모습이었다.

 

파크로 올라가는 것은 잠시 미루고, 나무 그늘이 시원해 보이는 선착장 주변에서 잠시 쉬었다.

멀리 시드니 타워와 다운타운이 보인다. 한눈에 딱 봐도 육지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것보다 뱃길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싱싱한 야자수들과 요트들이 없었다면 아주 이국적인 느낌은 못 받았을 수도 있겠다.

 

햇빛이 엄청 따가운 날이었지만,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살랑이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면 더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첨엔 다른 피크닉 장소에 앉아서 일기를 쓰다가, 나중엔 저기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나도 한 시간 넘게 앉아서 쉬었다. 1월 28일은 브리즈번에서 비 맞으며 정신없이 걸어다녔고, 하루 전날엔 약간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돌아다녔는데, 이제야 비로소 휴식과 여행을 동시에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쾌적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행복해 보였다.

 

잠시 5살짜리 애기를 데리고 놀러 나온 동네 아줌마랑 수다를 떨기도 했다.(애기가 밥 먹고 있을 때 내가 물티슈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됨.) 아줌마 말씀이 이 동네 사람들은 여기선 물놀이 안하고, 해변을 따라 오른쪽으로 쭈욱 가면 나오는 비치(아마도 Camp Cove를 말하는 듯.)에서 주로 논다고 알려주셨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물놀이 계획이 없어서리....

 

아....정말 지금도 그 때의 풍경이 잊혀지지 않을만큼 평화롭고 고즈넉한 쉼이 있었던 장소였다.

꼭 무엇을 봐야 하는 여행보다는, 이렇게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이 좋다.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혼자만의 시간은 가질 수 있겠지만,

내 일상생활과 완전히 단절된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장소에서의 쉼은 '혼자만의 시간'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해 준다.

 

 

 

충분히 쉰 후 갭파크로 올라갔다. 태양을 마주보고 올라가느라 약간 어지러웠다.

멀리 보이는 곳은 노스헤드, 갭파크가 있는 이쪽은 사우스 헤드. 시드니로 입항하는 배는 다 이 두 헤드 사이를 통과한다고.

관광객은 사우스헤드에 더 많지만, 노스헤드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다운타운과 태즈먼 해가 더 멋지다고도 한다.

 

 

남편을 대동하지 않아, 내 폰카로 찍은 사진 뿐이라 아쉽지만, 태즈먼 해의 포말이 부서지는 The Gap의 모습을 한 번 올려본다.

여기가 빠삐용 촬영으로 유명해진 장소라고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저 멀리 보이는 노스헤드의 절벽이 더 빠삐용 절벽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계단처럼 자리잡은 절벽 밑 바위를 보니, 잘못 뛰어내렸다간....어휴...

민트빛으로 부서지는 포말이 아름답다. 저대로 퍼와서 냉장고에 넣어 얼려먹으면 왠지 캔디바 맛이 날 것 같다.

그렇지만 현실은 짜다.

 

이 절벽들이 태즈먼 해의 파도를 막아주며 버티고 서 있으니, 시드니 항이 그렇게 평온할 수 있는거겠지.

 

내가 우리 나라에서도 경치 좋은 절벽들(태종대 등)을 못 가봐서인지, 이 정도면 나에겐 나쁘지 않은 경치다.

그렇지만 The Gap 하면 엄청 웅장한 절벽을 생각해 왔기 때문에, 생각보다 규모는 좀 작게 느껴졌다.

 

 

 

잘 쉬고 잘 보았으니, 이제는 다운타운으로 돌아갈 차례. 배는 올 때 타봤으니,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싶었다.

갭파크 전망대에서 계단을 도로 내려오면 바로 나오는 밀리터리 로드를 따라 왼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사우스헤드 지역을 거슬러내려가 본다이비치와 본다이 정션을 지나 옥스포드 스트릿을 통해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 380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정류장 이미지는 구글 스트릿뷰 캡쳐로 대신.

 

저 버스 왼쪽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나도 이름 모를 가게 앞에 주저앉아 기다리다 버스를 탔다.

 

 

오후 1시쯤 버스를 탔는데 구불구불 사우스헤드를 돌아 내려오던 버스가 20분쯤 후에는 본다이 비치를 지나갔다.

버스 안에서만 바라봐도 물빛 예술......햇볓 때문에 모래사장과 파도가 뿌옇게 보인다.......

서핑보드 맨 훈남들도 버스에 자주 타고 내리고.

수영복 위에 간단하게 랩스커트랑 타올만 걸치고 자기 숙소로 돌아가는 글래머 언니들도 많고~~

신혼여행으로 왔을 땐, 이 동네에 안 와봐서 이런 활기찬 해변 분위기는 처음이다.

남편이랑 다시 와야지, 생각하며 일단 그냥 지나갔다. 오늘은 뭐, 답사여행인가?

 

 

 

버스는 본다이를 지나고도 한참을 달려 오후 두 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 오는 길에 옥스포드 스트릿, 하이드파크, 마틴스플레이스 등을 곁눈질하느라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뱃길로 2,30분인데 버스는 정말 오래 걸린다.

나처럼 길 구경하는거, 버스 타는거 즐기시는 분 아니라면 그냥 페리타세요.

 

 

서큘러 키 가까운 곳에서 내려 AMP Centre Twoer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Hokka Hokka라는 중국식 가게에서 식사를 골랐다. 브리즈번에서도 푸드코트에서 중국 음식 먹었는데 -.-;

 

 

레드커리 와 누들, 레귤러 사이즈로 9.8AUD. 브리즈번보다 선택할 수 있는 요리 수가 적고 가격은 더 비싸다.

브리즈번에서는 요리2개+누들 같은 사이즈가 9불이 안 됐는데.

맛은 좀 짜다. 그래도 ㅂ고파서 열심히 먹었다.

 

 

점심을 해결한 Phillip Street과

 

 

 

서큘러키가 앞길인 Alfred Street이 만나는 곳에

 

 

불쇼하는 아저씨가 계셨고,

 

 

거기서 나를 도로 호텔로 데려다줄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있었다.

노선과 시간표를 꼼꼼히 확인한 결과, 도로 380을 타고 돌아가게 되었다.^^;;

 

옥스퍼드 스트릿 하이드파크 근처에서 내려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이렇게 한나절 가량의 여행을 마치고, 잠시 기도하고, 호텔 사진도 찍고, 청소도 좀 하고 쉬다 보니 살짝 잠이 들었다.

 

Travelodge 호테 숙박 후기와 이날 저녁 달링하버 산책은 다음에 올려야겠다.

뭐 짧은 여행 포스팅이 이래 기나...^^;;

 

그래도 이렇게 포스팅하면서 여행 한 번 더 가는 것 같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