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새벽 두시반쯤부터 깨어나 잠을 설쳤다. 알고보니 호텔의 에어컨을 안끄고 잔것..-.-;;왜들 에어컨을 틀어놓고들 난리냐고~~새벽 세시 반쯤 결국 일어나 움직였는데...라플린이 네바다 주이긴 해도 애리조나랑 접해있어서 핸드폰 시간이 자꾸 왔다 갔다 했다. 네시 반인 줄 알아 서둘러 움직이기도 하고....어쨌든 네바다 시간으로 새벽 네시 오십분까지 집합!!(한인 여행사 투어의 진면목). 아쿠아리우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근처의 리버팜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한 후 라플린을 출발. 멀어져가는 라플린. 아직까지 카메라는 네바다 시간.
라플린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기 위해 애리조나로 들어선 우리. 해돋이 속에 드러난 바위들의 풍경이 독특했다. 뾰족뾰족한 바위들로 유명한 needles도 살짝 지나가고....여기서부터 카메라 시간을 아리조나 시간으로 바꿨다. 라플린을 출발한지 15분밖에 안되었지만 시차 때문에 한시간 이상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라플린에서 세시간 반정도 달려오니 그랜드캐년에 도착. 우리는 경비행기 관광을 하기로 했다.
경비행기에 타고 기대에 부푼 나. 드디어 이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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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그랜드 캐년. 광활한 지평선과 깎아지른듯한 절벽, 움푹 들어간 분지와 황토빛으로 반짝이는 콜로라도강, 눈에 뒤덮인 인공수림, 기기묘묘한 땅의 분화구들..50분은 정말정말 짧게 지나갔다.
이런 기묘한 지형도 눈에 띄고.....저 갈라진 금은 물이 흐른 자국인가? 꼭 우주에서 달의 표면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기장님과 함께 사진도 찍고..^^ 친절하고 멋진 분이셨다.^^
이제는 하늘이 아닌 땅에서 그랜드캐년을 구경할 차례.. 우리는 전망이 좋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간다는 매더포인트와 이스트림의 워치타워에 가기로 했다.
그랜드 캐년 깊숙히 자리잡은 인디언 마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부메랑 모양의 녹색 지대가 인디언 마을이다. 여기까지는 노새투어를 하면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노새는 후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생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어서 위험한 길이라도 들썩이지 않고 잘 내려간다고 한다. 흠.....나도 노새투어 해보고 싶다~~~하지만 가이드의 말대로 우린 '여행'이 아닌 '관광'을 하고 있었고, 내 일정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는 없었다는거^^
여기까지 메더 포인트.
여기서부터는 이스트림. 보는 장소마다 색다른 풍광
절벽 끝에 앉아서. 세상이 내 것이 된 듯한 기분....*^^* 뒤로 한 번 구르면?
이스트림의 워치타워...뭐야!! 첨성대가 왜 여기 있는거야? 인디언들이 만든 것 같다. 탑 안에는 나바호 족의 제단으로 쓰였을법한 둥근 테이블(?)도 있고.
제단에서 잠시 탑의 꼭대기로 눈을 돌리는 순간 비행기가 휙 지나갔다. 그 모습이 마치 첨성대로부터 떨어지는 유성 같았서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좌) 탑꼭대기 내부는 이런 모양이고(중) 탑 안에서 바라본 그랜드 캐년의 모습은 이렇다.(우) 클릭하면 좀더 커져요~
워치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분화구 하나. 음..쌩뚱맞군. 이곳을 끝으로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랜드캐년 관광을 끝내고 저녁식사를 할 도시인 page로 이동하는 길. 그러나 길고 긴(400몇십킬로미터랬더라?) 그랜드캐년은 고속도로를 따라 주욱 이어지며 우리를 따라왔다. 황금빛 석양을 받고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은황색으로 잦아든 석양과 함께 금세 가라앉아버린 그 협곡. 그 절벽 꼭대기에서 금방이라도 나바호족 한 사람이 함성을 지르며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센티멘털해지신 가이드 아저씨는 나바호 족의 이야기가 담긴 윈드토커라는 영화를 틀어주시고.....애리조나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갔다.
그곳에 갔던 내 기분? 글쎄....정말 광대하고 아름답고 엄숙한 자연을 만났고, 정말 행복했지만! '반드시 다시와야지~'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대단하기 때문에 한 번 본 것으로 족하다는 그런 생각....이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 엄청난 연애를 끝낸 사람이 그 추억에 감사하면서도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 비유하면 이상할까?
내가 몇번이고 또 가보고 싶은 곳은 중국의 수많은 유물이 교대로 전시되는 고궁박물관이나, 부서지는 햇빛속에 위구르 사람들로 북적대는 우루무치, 회색 바위가 다부지고 단풍이 사랑스럽고 계곡이 맑은 설악산 같은 곳이다. '정복'이나 '경험'의 대상이기보단 '삶'의 한 부분으로 느껴지는 그런 곳들. 그랜드 캐년은 자주 가까이하기엔 너무 크고, 너무 대단하고, 너무 모래빛이고, 너무 가파르고, 너무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한 번 본 그 순간만은 정말 great했다.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나네..돈 들여서 미국의 애리조나까지 가고 그것도 모자라 옵션으로 경비행기까지 탄거 절대로 후회되지 않을만큼.(다만 그냥 서서 보는 경치도 너무 좋아서 굳이 경비행기를 탈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은 든다.) 이런 곳을 만드시고, 또 나에게 보여주신 그분께 너무너무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애리조나와 유타가 접해있는 곳의 페이지라는 마을에 도착해서 중국식당을 찾았다. 중국인과 한국인의 자녀인 분이 하시는 가게였는데, 좀 허름했다. 그치만 미국음식의 느끼함에 질린 우린 한국음식도 아닌 중국음식을 먹을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그저 기쁠 뿐이었당..ㅎ 아무튼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유타주의 캐납이라는 도시에 도착해서 shilo inn에서 짐을 푸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숙소 외관은 소도시 호텔답게 허름했지만 내부는 큰 호텔들보다 훨씬 좋고 다리미와 다리미대까지 있어서 아주아주 좋았당~ ㅋ근데 왜 사진이 없을까? 이 날은 너무너무 피곤해서 동네 둘러볼 생각도 않고 바로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