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캐납을 출발하면서....아침 5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준비하고 숙소에서 삶은 계란이랑 토스트 등으로 대충 식사를 떼운 후 출발....캐납을 떠나 유타주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길. 하늘이 아름답다.
조금 깊숙히 들어가니 초지에서 풀을 뜯는 말도 보이고...(근데 다 말라붙어서 뭐 먹을거나 있나?)
조금 더 들어가니 자그마한 마을도 슥슥 스쳐지나가고...근데 꼭 강원도 같다.
조금 더 들어가니 순식간에 설경이 펼쳐진다.
개울도 보이고...^^ 살얼음이 낀 곳도 있었다. 흠...얇은 옷들밖에 없는데..온도 걱정해야 하는거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타난 범상치 않은 풍경. 손으로 빚은 흙탑같은 바위 구조가 예사롭지 않다. 브라이스 캐년에 다 왔나 보다.
매표소를 지나는 길....브라이스 캐년 지도를 나눠주는데..버스 뒤에 앉아있었더니 나한테까지 지도가 돌아오질 않았다. 그래서 엄마한테 쿠사리 먹고..ㅠ.ㅠ 브라이스 캐년 안으로 들어가서 선셋 포인트로 갔다.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협곡의 모습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한 계곡...
저 깊이 눈이 쌓여있다. 지금 여기 온도는 0도 정도? 흠...캘리포니아 날씨에 옷을 맞춰갔기 때문에 따뜻한 옷이라곤 엄청나게 투박한 스웨터밖에 없었다. 스웨터 사이로 찬 기운이 슉슉.
바위 절벽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중..
오렌지빛으로 남은 일출의 흔적이 아름답다. 흰 눈, 황금빛 절벽, 오렌지빛 지평선, 회색 구름. 독특한 색의 조화를 한참 바라보았다.
약간의 멀미까지 느끼게 했던 그랜드 캐년과 달리...아름답고 평안한 기분에 잠기게 했던 브라이스 캐년..추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보고 뒤돌아섰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아주 잠시 들른 베스트 웨스턴 어쩌고 저쩌고..망설임없이 하는 말인데...최악의 식사였다. 미국에서 먹은 모든 식사 중 정말 최악. 저 스테이크는...늙어 죽어가는 소의...가죽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다.
도저히 못먹겠어서 일찍 자리를 뜬 나...이정표에 눈길이 갔다. 그랜드 캐년도 갔던 곳이고, 브라이스 캐년도 갔던 곳이고..좌우 모두 갔던 곳이면..그럼 이젠 어디로 가게 되는 거지? 위로? 아래로? 지도가 필요해.
멀리 보이는 조집사님. 화보같으시다.^^ 뒷모습만 보면 20대~자! 자! 이젠 다시 출발할 시간이다.
자이언 캐년으로 고고~~유후. 저 멀리 보이는 돌산이 그 일부인가?
장기판 모약의 절벽도 지나가고...신기하다. 어떤 마모과정을 거쳐서 저런 절벽이 탄생했을까?
왠지 모르게 내 마음에 탁 꽃인 절벽... 이쁜 노란색.
이런게 지각 변동의 흔적인 거겠지?
사실, 자이언 캐년의 관광의 핵심은 바위를 뚫고 중국인들이 만든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다. 터널을 지나면서 바위에 뚫어놓은 몇 개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데 그 찰나에 보이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그치만..그 순간은 담을 수가 없었다는 것. 동영상 촬영을 시도하였으나 제대로 건지지도 못하고 괜히 경치 감상에 방해만 되었다. 자이언 캐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본인이 프로 사진작가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촬영'을 하려는 목적으로 그 곳에 간게 아니라면..그냥..다 포기하고..눈에 담는게 좋다는 것. 사진 찍으려다 놓치는 1초의 순간이.. 정말 대단하다. 모두들 다시 가고픈 곳으로 자이언 캐년을 꼽았다. 에효..사진으로 증명할 길은 없지만...위의 사진은 동굴에서 나와서 자이언 캐년을 그대로 통과하기 아쉬워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자시 멈췄을 때 찍은 사진..
저 뒤의 절벽에 뚤린 구멍이 바로 그 창문이다. 이 창문을 통해 경치를 보여줄 때, 관광 가이드들은 헨델의 메시야 같은 장엄한 음악을 틀어서 관광객들의 감동을 한껏 고조시킨다.
다시 출발하면서...여기저기 담지만...경치는 발톱만큼도 담을 수 없고..올려다보다 멀미만 난다. 만약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닥치고 사진은 접어둘 생각.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 끄트머리에서 아쉬워하시는 어무니.
이제 라스베가스를 향해 달리는 일만 남았다. 웰컴투 동막골을 보며 단조롭게 달리던 버스. 갑자기 관광가이드 아저씨가 외쳤다. '저기 왼쪽에 산으로 기도하러 올라가는 예수그리스도와 제자들이 보이지 않습니까?(한명은 뒷짐진듯) 오른쪽엔 무덤으로 올라가는 마리아와 여인들이 있구요'...눈을 뜨고 바라보니 정말 거기 있었다....실제로 봤을땐 정말 비슷했는데. 신기할 정도로.
차는 2-3시간 가까이 쉬지않고 달려 네바다주 mesquite의 선시티(실버타운 같은거?)를 통과했다. 사진은 아직가지 마운틴 타임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제 다시 시간을 한 시간 뒤로 돌릴 차례. 곧 2시 45분이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