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의 아침은 황량하다. 난 아침이 활기찬 도시, 오후에 할 일이 많은 도시, 저녁이 낭만적인 도시가 좋은데..여긴 그 중 뭐하나 갖춘게 없다. 뭐냐구 대체~~. 작은 웨딩채플을 보면서..저기서 주례를 서는 목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저기서 지난 밤 식을 올린 커플들은 어떤 마음으로 결혼 첫날을 맞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문화가 아무리 다양하고 사람의 삶이 제각각 다른거라 해도, 결혼만큼은 정말 신성하고 아름답고 신중한 것이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황량한 호텔의 도시를 떠나며...
갑자기 리빙 라스베가스가 떠오르는군..한 번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잠들었던 그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 캘리코 은광촌으로 향하는 길....나즈막한 하늘과 산, 그 물그림자가 아름다워서 살짝 눌러보았다.
이건 뭔데 찍은걸까? 당췌 모르겠군..아무튼 하늘빛이 꼭 아일랜드 같은 느낌이라 남겨두었던 듯.
드디에 캘리코 은광촌에 도착. 한 때는 활발했을 은광촌이지만, 중남미에서 엄청난 양의 은이 유입되면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지금은 문을 닫고 민속촌 수준의 역할만 하고 있다. 구멍뚤린 표지판과 허허로운 산 위의 캘리코라는 글씨가 을씨년스러운 옛 광산촌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입구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광산 안내원(?) 할아버지와 함께. 진짜 총을 차고 있어서 좀 겁도 났지만..아주아주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갈색이다 못해 고동색으로까지 보이는 나무집들이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짐마차 옆에서 난민 흉내를 나는 나와, 쫌 좋은 마차 옆에서 쫌 있어보이는 엄마.
물과 모래를 채반에 떠서 은을 채취하는 장면....해보라고 해서 해보려고 하려니 돈은 내라고 하네. 뭐 별로~하며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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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으로 쇼를 하던 카우보이(또는 보안관?) 비스무리한 복장의 아저씨. 허공에 총을 빵빵 쏘더니 땅바닥에 놓인 음료수 캔을 박살낸다.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아팠고 좀 무섭기도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19세기 미국의 학교와 교회의 모습인 듯 하다.
좀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은광촌 전경. 황량하지만 정겹다. 태백 같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동생 하늘이와 은광 내부 투어를 했는데...그 당시 광산 인부들의 삶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가보았다. 크게 볼 것은 없지만 그래도 1불 내고 볼 가치는 충분히 있는 듯. 이 때 하늘이에게 꾼 돈 1불 아직도 못돌려줬네...이휴.
카우보이와 캘리코 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걸까? 낡디 낡은 피아노를 치고 있었던 할아버지...팁이라도 한 번 주고 올 것을. 그런데 저 피아노 정말 처보고 싶었다.
은광촌을 나오면서 바라본 하늘은 지대로 은색이었다.
여행 첫날 점심을 먹었던 마을인 바스토우에 마지막날 점심에도 들르게 되었다. 한가한 시골 읍내같은 풍경. 에린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볼때, 어떤 판사가 문제지역 인근지역인 바스토우 주민으로서 함께 분노하며 줄리아 로버츠의 손을 들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그 바스토우인가?
여행을 마치고 LA로 돌아온 우리. 가주마켓이란 간판을 보며, 여기선 정말 한국말만 하고도 살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형관광버스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새리토스. 이 곳 주유소에서 하나 언니가 우릴 픽업하러 올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위의 작은 버스는 새리토스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을 대형버스 타는 곳까지 픽업해주는 미니버스이다. 우리도 저걸 타고 여행을 시작했었는데...어느새 3박 4일이 훌쩍 지나다니...행복한 시간은 너무너무 빨리 지나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