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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그래 역시 맑아야 좋다!! 본다이 비치 & 갭파크와 왓슨베이 <2012-02-04(1)>

서울의 강추위를 피해 남반구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 즐기는 휴가!! 가 컨셉이었던 우리의 두 번째 시드니 여행.

신혼여행 때는 바빠서 가보지 못했던 시드니의 아름다운 해안들을 열심히 즐겨볼 생각이었다. 여행 초반이었던 토/일/월은 나름 날씨가 맑아 왓슨 베이도 다녀와보고 유람선 타고 파라매타에도 다녀오긴 했지만, 다른 일로 바빠서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화요일부터 4일 연속으로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씨로 인해 해변에는 좀처럼 가질 못했다.

덕분에 미술관/동물원/수족관 등도 열심히 다녀 보고 시내의 쇼핑 명소들도 돌아보고 멀리 뉴캐슬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돌아와야만 했다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2월 4일 토요일 시드니 날씨는 좋았다.

선배님 댁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서큘러키에 갈 때까지는 날씨가 약간 흐렸다.

그런데 멀리 바닷가 방향을 바라보니 그 쪽에는 하늘이 파랬다.

마음이 급했다. 언제 다시 날이 흐려질지 모르니 빨리 바닷가에 가야지~~~~

서큘러키에서 333번 버스를 타고 본다이 비치에서 내렸다. 수영은 오후에 브론테비치에서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물 속엔 들어가지 않고 정류장 근처에서 이 아름다운 해변의 전경을 감상했다.

 

 

 

넓고, 여유로운 바다. 푸르고 깨끗한 바닷물, 가지런하면서도 파워풀한 결을 자랑하며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

서핑을 즐기려고 몰려드는 구릿빛 피부의 젊은 남녀들. 그래, 이거지....우리 이제 정말 휴가 온거지...

남편의 표정도 활짝 펴졌다 ^^

 

 

모래 사장 위에서 편안하게 쉬는 사람도 많고 가볍게 물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많지만, 서핑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해변이었다.

백발 노신사가 서핑을 즐기다가 수영복을 입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전형적인 시드니의 정취를 담은 모습으로 어느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다고 선배님께 들은 것 같다.

어려서부터 저런 해변에서 서핑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나이 들어서 서핑을 배워 잘 하게 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은 주말이 뭐야, 먹는거야? 이러고 살고 있는데

여기 애들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멋진 바다가 있고, 그 바다보다도 부러운 '시간적 여유'라는 것까지 있어서

어릴 때부터 이렇게 건강하고 즐거운 취미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나이가 들어서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좋아 보였다.

 

 

나도 당장 주말에 바다로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을왕리나 소래포구도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다는.

 

 

본다이 비치가 내려다 보이는 해안 도로. 버스가 서는 곳이다.

수영복이나 서핑 용품들을 파는 가게, 레스토랑 등이 모여있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 나름 활기찬 분위기.

즐거운 본다이 구경은 이쯤 하고 380번 버스를 타고 왓슨베이를 향해 떠났다.

 

 

날씨 좋던 월요일 나 혼자도 왔었고, 날 흐린 화요일에는 남편과도 한 번 더 왔던 이 곳에 세 번째로 방문한 이유는?

흐린 날의 왓슨베이밖에 보지 못한 남편에게, 이 곳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곳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갭파크보다 한 정거장쯤 전에 내려서 갭파크까지 산책을 했다.

건너편에 보이는 것은 노스헤드의 절벽. 노스헤드에는 또 다른 대표적 해변인 맨리비치가 있다.

노스헤드와 사우스헤드 사이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저 바다가 바로 태즈먼 해에서 시드니로 입항하는 모든 배들이 거치게 되는 관문.

 

 

갭파크로 가는 산책로. 화요일 흐린 날씨 속에서 방문했을 때와는 백프로 다른 느낌.

 

그 땐 이랬었다.

 

토요일인 이 날도 고개를 돌려 다운타운 빌딩숲쪽을 바라보면 아직도 구름이 자욱했지만,

 

이 곳 갭파크는 환한 태양에게 제대로 점령당했다.

 

 

바위에 부서지는 옥색 포말이 상큼하다.

 

 

이것이 바로 망망대해. 점점이 떠다니는 요트들이 아름답다.

 

 

아무리 봐도 초콜릿바같이 생긴 갭파크 바닥의 저 바위.

이 곳 왓슨베이가 아주 엄청난 절경을 자랑하는 그런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나라에도 저 정도 경치 좋은 곳은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는 시원한 바다와 잘생긴 절벽이 펼쳐져 있고, 뒷쪽으로는 시드니 다운타운과 하버브릿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곳곳에 깨끗하고 조용한 해변이 자리잡고 있는 데다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집들과 아기자기한 공원들이 있어서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어지는 그런 곳이다.

 

그랜드 캐년에 갔을 때는 '아 정말 대단한 걸 봤어. 평생 저런 걸 다시 볼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었는데

오히려 너무 비현실적인 전경을 봐서인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곳이 그립거나 하진 않았다.

그 때 받았던 감동이 크다는 것만 기억할 뿐, 그 때의 느낌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비일상적인 느낌이라 그랬던 건지.

그런데 이 곳 왓슨베이는, 동네 뒷산이라도 다녀온 것마냥 눈만 감으면 그 때의 정취와 기분이 되살아난다는 장점이^^

 

 

선배님과 피시마켓에서 만나 점심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왓슨베이 구경도 마무리하고, 서큘러키로 가는 페리를 타러 뛰어갔다.

하늘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우리가 있는 왓슨베이만 맑았다는.

 

배를 기다리며 다시 한 번 천천히 둘러보게 되는 왓슨베이 선착장 주변.

꼭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저기 있는 집 한채와 저기 있는 배 한 척을 자기 소유로 할 수만 있다면

왠지 반드시 행복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아니면 말구요.

 

 

꼼꼼히 뱃시간을 확인해본다. 타임테이블과 지도 살펴보는 것은 나의 취미.

 

 

그래도 시간이 남아, 월요일에 혼자 앉아서 여행의 여유와 낭만을 즐겼던 나무 및 벤치도 한 번 뒤돌아 본다.

그래 이제 정말로 한동안은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 언젠가 다시??

 

눈이 무서운 저 새는 갈매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바닷가 레스토랑의 테이블이 꽉 찾다.

언젠가 다시 남편과 함께 와서 둘이 마주보고 저런 곳에서 식사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있으면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먹이가 제법 쏠쏠하다는 것을 아는 영리한 새들.

 

전부 관광용 요트처럼 생겨 보여도, 이 배들은 엄연한 고깃배인가보다.

자세히 보면 맨 앞쪽 배에서 어떤 아저씨가 엄청나게 길고 큰 생선(참치인지 상어인지 나는 모름.)의 꼬리를 잡고

물에 담갔다 뺐다 하고 있었다. 물고기한테서 피도 줄줄 났었음.....ㅠ.ㅠ

 

 

관광객보다는, 주말 오후를 즐기러 온 현지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서울의 환경을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아름답고 여유롭게 휴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아보아야지.

강북에 살면 주말이 더 즐거우려나? 부암동도 있고, 북촌도 있고, 청계천도 있고, 백사실 계곡도 있고.....

솔직히 한강 이남은 너무나 삭막하게 느껴진다.

 

며칠 간의 흐린 날씨 속에서, 맑은 날씨 밝은 태양을 누구보다도 기다리고 있었을, 저 배들의 주인들.

혹시 뒤에 보이는 집들도 한 채씩 가지고들 계십니까? 그렇다면 님 좀 부럽.

 

 

서큘러키로 돌아가는 배가 와서 이제는 정말 왓슨베이에 안녕 인사하고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배를 타고 이동을 하면, 조금씩 멀어져가면서 충분히 여유있는 작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나의 favorite place였던 왓슨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