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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말이 주말다운 도시, 맑고 파란 시드니의 토요일 오후 <2012-02-04(2)>

 

 

즐거운 오전 시간을 보냈던 왓슨베이를 떠나, 서큘러키로 향하는 뱃길. 하늘도 바다도 요트도 가슴 시원하게 아름답다.

이렇게 깨끗한 바다와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에서 365일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인천은 서해의 물빛도 그렇고, 조수간만 차이도 심해서 이런 수변도시 분위기와는 영 거리가 멀고,

부산은 바다가 아주 아름답고 벅적벅적 시끌시끌 나름의 개성이 있는 멋진 도시이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시드니 다운타운이 가까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왓슨베이 쪽과 달리 여기는 아직 하늘이 어둡지만,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있는 모양새다.

 

 

 

요트라는 럭셔리한(내 기준)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아 얼마나 즐거운 주말 오후일까.

 

그런데 바람이 제법 강했다. 금방이라도 엎어질 듯 아슬아슬 균형을 잡는 요트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나 많다. 당신들, 해변에 자리 잡은 저 예쁜 집들의 주인들인거죠?

 

시드니를 두 번 여행하는 동안, 페리 타고 밑으로 하도 지나다녀서 한강대교보다도 익숙한 하버브리지.

자세히 보면 브릿지 클라이밍 투어상품을 즐기는 사람들이 다리 위를 일렬로 조심조심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번에도 저 상품을 굳이 돈 내고 하진 않았고, 3일쯤 후 그냥 혼자 걸어서 왼쪽으로 보이는 교각에는 올라가 봤다.

 

 

자주 타도 즐겁기만한 배가 오페라 하우스 가까이에 도착했다. 이제 다 온 것임.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찾게되는 페리 선착장인 서큘러 키에 도착했다. 선착장이랑 다운타운이 이렇게 바로 가까이 닿아있는 것이 참 좋다.

바다가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공원처럼 느껴져서.

 

서큘러키에서 기차를 타고 센트럴 역까지 간 후, 센트럴 역에서 라이트 레일로 갈아타고 피시마켓으로 갔다.

선배님 가족과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장소. 오후 두시가 약간 넘어 도착했다.

 전철로 몇 정거장 정도 차인데, 여기는 벌써 날이 이렇게 후끈했다.

저 파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랍스터, 게, 새우 등의 각종 해산물을 파는데

자갈치나 노량진보다 규모는 작은 것 같지만 훨씬 깨끗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해산물을 조리해둔 상태에서 파는 곳이 많았다.

 

 

음식을 사고 나서는 이렇게 밖에 있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자리 잡기가 좀 어려워 보였는데, 다행히 선배님 부부께서 미리 맡아주셨다.

 

노량진에서도 1층에서 해산물 사면 2층에서 요리를 먹을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예쁜 하늘과 바다를 바라다보며 파라솔 아래서 가족이 단란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가 한국에도 많았으면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으로 고르러 건물 안으로 우선 들어갔다.

수산 시장 치고 싼 가격 같다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는 랍스터들.

 

요렇게 랍스터와 새우, 굴 등을 세트로 팔기도 한다.

 

우리도 랍스터(18.9 AUD)와 콜드플래터(랍스터,새우,굴 한접시 세트 25AUD) 그리고 음료수(4AUD)를 사다가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긴 나는데.....사진은 이미 식탁이 초토화된 후에 찍은 것 뿐..

그런데 식사하는 곳이 야외라 갈매기들이 엄청 많았다. 호시탐탐 음식을 노리고 있어서 잘 경계하면서 먹어야 했음.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오후 세시 반이 되었다.

선배님 가족과 브론테 비치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후, 소화도 시킬 겸 피시마켓 역으로 가지 않고

슬슬 걸어서 Wentworth Park 역까지 가서 라이트 레일을 타고 패디스 마켓에 갔다.

남편 반바지 한 벌 달랑 있는게 영 입기가 불편해서, 새로 하나 사야 했기 때문.

 

쇼핑은 얼른 마치고 버스 타고 조지 스트릿에서 버스를 타고 타운홀까지 갔다.  본다이 정션 역까지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열차는 주말엔 쉰다고 했다. 좀 당황했지만, 해당 구간을 대체운행하는 Railway Bus가 있어서 그것을 타고 본다이정션까지 갈 수 있었다. 거기서 378번 버스를 타고 오후 5시가 다 되어 브론테 비치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브론테비치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본다이정션까지는 기차나 기차대체버스로 오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이런 경로를 선택했음. 

물놀이 준비물을 챙긴 후 승용차를 타고 오기로 한 선배님 가족보다 늦었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오후 다섯시였지만, 물놀이하기에는 충분히 밝은 시간. 오히려 한낮 땡볕보다는 놀기 좋은 시간인 듯 했다.

서퍼들 위주인 본다이보다 가족단위 물놀이에는 더 적합한 곳으로 보였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브론테 비치 주변 잔디밭은 이렇게 가족끼리 친구끼리 태닝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토요일 오후를 보내는 분위기.

(기억이 어렴풋하긴 한데 바베큐 하는 집도 있는 것 같았다.)

시드니에 다녀오고 나서도 뭔가 가슴 속의 로망 같은 것으로 자리잡은 그런 풍경이다.

클럽에서 술퍼마시며 불금을 외치는 그런 주말 말고(이건 다른 사람들의 주말),

다가오는 월요일을 두려워하며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보며 집 안에 뒹구는 그런 주말 말고(이건 나의 주말),

 

오후까지 늦잠 충분히 자고 밀린 집안 일 다 하고 나서도,

집에서 출발해 30분 또는 1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깨끗한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잔디밭에서 뒹굴며 놀기도 하다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도 아직 저녁 7~8시밖에 안되어 충분히 잠 자고 쉴 수 있는 그런 주말. 

건강하게 웃고 뛰면서 진짜 재충전을 경험하는 그런 주말.

그런게 이 곳 사람들에겐 어렵지 않은 일상처럼 보였다. 물론 이들도 항상 나와 놀지는 않을 것이고, 침대에 뒹구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아주 쉽게 자연 속의 휴식을 누릴 수 있으니까.

 

아침에 갔던 왓슨베이에도 그런 휴식을 누리기 위해 찾아온 현지인들이 아주 많았다.

 

그래 바로 이런 주말. 근데 아빠는 피곤하시려나??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그늘진 잔디밭에서 크리켓?처럼 보이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식당 같은데 앉아 있다 보면, 식당 티비로 크리켓 경기를 중계해주는 경우가 꽤 많았다.

관중 규모나 열기를 봤을 때 상당한 인기 스포츠인 듯 했다.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하고선 당연히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몰디브나 보라카이의 잔잔한 에머랄드빛 바다가 아니었다.

이날 브론테 비치의 파도는 아주 거칠었다. 

파도에 귓방맹이 여러 대 때려맞고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또 자꾸 너울에 몸을 싣게 되는 그런 터프한 해변이었다.

힘들었지만 정말 엄청 재미있었다.

잠깐 해변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센 파도가 덮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진 채 소리지르는 장면만 찍혔다.

파도 몇 번 타다 보면 금세 발 안 닿는 곳까지 휩쓸려 가곤 했는데, 좀 무섭긴 했다.

기를 쓰고 요령껏 안전지대로 돌아오기도 했고, 또 구조요원들이 수시로 살피면서 안전 지도를 하기 때문에 좀 안심이 되는 면도 있었지만

조금 위험할 수 도 있는 곳 같다. 성인 물놀이 장소로는 아주 좋고, 아기들이 놀려면 약간 요보호지역.

 

선배님 댁 아기들은 파도 맛을 살짝 보더니 조용히 모래 사장에서 놀았다.

 

짧고 굵게 열심히 놀다보니 해가 살짝 저물기 시작했다. 정말 딱 알맞게 놀았던 시간이었던 같다. 5시에 물놀이를 시작했는데 물놀이 원없이 하고 수박도 먹고, 해변에 있는 공용 샤워장에서 샤워까지 마쳤더니 8시 가까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꽤나 밝은 하늘. 

 

사람들이 속속 떠나고, 쾌활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해변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잔디밭은 시끌벅적. 넓고 깨끗한 잔디밭에서 귀여운 애기들과 원없이 뛰어놀았다. 우리 모두 흥분했던 하루.

아마 선배님 부부만 피곤하셨을 것 같다. ^^;;

 

 

 하늘이 예쁘게 노을에 물들 때 쯤엔 브론테 비치 바로 근처에 있는 SWELL RESTAURANT라는 레스토랑(http://www.swellrestaurant.com.au/)에서 다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다른 음식도 맛있었는데, 나는 특히 이탈리안 로켓 샐러드가 맛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선 잘 못 먹어본 것이기도 하고...

식당 내부에서는 사진을 안 찍고 식당 앞에서만 사진을 찍었다.

우리 부부는 항상 먹는 것 앞에서는 음식에만 초 집중하는 성향인지라... 

 

 

식사를 한 후 선배님 가족은 먼저 댁으로 들어가시고, 우리 부부는 이 예쁜 바닷가에서 산책을 좀 더 한 후 버스를 타고 선배님 댁으로 돌아갔다.

화수목금 연속으로 흐리고 비오는 날씨로 우리를 약간 다운시켰던 시드니가,

이날 토요일에는 너무나 화창한 날씨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본다이비치, 왓슨베이, 페리에서 바라본 시드니하버, 피시마켓 그리고 브론테 비치.

 

이날 우리가 발걸음했던 모든 장소들은 밝은 햇살 아래 푸르게 반짝이는 모습으로 마음에 박혀서 지금까지도 나를 흐뭇하게 만든다.

역시 여행은 명품가방보다, 옷보다 더 깊은 즐거움을 오랫동안 선사한다.

 

 

이 여행을 다녀온지 거의 1년이 다 되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여름치고는 이상하리만치 선선했던 시드니가

요즘은 낮기온 46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현상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알 수 없는 지구기후변화.